인터뷰 _ 결국은 실. 운명처럼 직조를 마주하게 된 ‘직조 생활’ 정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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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도 북적거리는 합정역에서 조금 내려오다 보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은 골목을 마주하게 된다.

골목 사이사이 작고 아담한 카페들과 꽃집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용한 골목길을 조금 걷다 보니 문을

활짝 열고 청소를 하고 있던 그녀가 마치 마중이라도 나온 듯이 반겨주었다. 알록달록한 예쁜 실들과 은은한 향냄새가

어우러진 자그마한 공간은 첫만남이지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녀와 매우 닮아있었다. 인터뷰가 쑥스럽다며 소녀처럼

수줍게 웃어 보이던 그녀는 작은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금세 바르고는 자리에 앉았다. 오래전부터 실을 모으는 것을

좋아했던 정은실. 많은 일을 해봤지만 결국은 실이었다.

어쩌다 실, 그것도 보기 드문 직조를 하게 되었는지 은실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정은실과 ‘직조 생활’

질문. 공방 이름에서부터 ’직조’를 하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직조 생활’은 어떤 공간인지 소개해주세요.

여기는 직조(실을 엮어내 직물을 만드는 기법)에 관련된 몇 가지 상품을 판매하기도 하고, 수업도 진행하는

작업실 겸 공방입니다. 사실은 작업실로만 쓰려고 만든 공간인데 현재는 수업 위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베틀 수업뿐만 아니라 태피스트리(tapestry,여러가지 실로 그림을 짜넣은 직물) 수업도 같이하고 있고요.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여기서 크게 돈을 벌고 하진 않지만 소소하게 살고 있어요.

 

질문. 은실님은 어떤 계기로 직조를 하게 되었는지.

어려서부터 패브릭 자체를 정말 좋아했어요. 20대부터 친구들이 외국에 나갔다 오면 실을 사다 주곤 했어요.

이름도 은’실’ 이잖아요. 그래서 운명처럼 좋아하게 됐던 것 같아요. 처음에 그렇게 관심이 있어서 사 모으고

집 인테리어도 특별한 것 없이 패브릭으로만 꾸미곤 했었는데 문득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게 시작한 계기가 된 거 같아요. 처음엔 집에서 바느질부터 시작했어요. 외로운 밤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나 할까? (웃음)

그렇게 시작한 바느질이 계기가 돼서 천 작업도 같이하게 되었어요.

 

질문. 특별히 실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실은 색도 정말 다양하고 종류도 많고 활용도가 정말 무궁무진하잖아요. 바느질이나 뜨개질, 직물을 짤 수도 있고.

음, 그냥 이유 없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공예전공이었는데 학교 다닐 때 도자기랑 목공예 수업을 했었어요.

지금 제가 하는 태피스트리는 교과목이었는데, 그때는 관심도 없었고 심지어 왜 하는지 몰랐어요.

선배들이 작업하는 걸 보면 ‘저 큰 걸 언제 다 하고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관심이 생겼어요.

이건 여담인데 직장생활을 할 때 저는 월급 받으면 실이랑 실 바구니를 샀어요. 하지만 직장 다닐 때는 작업을 하나도

안 하고, 창고에 다 넣어놨었어요. 직장 다닐 때는 회사, 집의 반복인데 실을 다 꺼내놓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 말고

다른 일이 하고 싶어질까 봐, 숨겨놓고 ‘지금 하고 있는 일 먼저 열심히 하자’ 라고 생각했어요.

실은 퇴사하고 꺼냈어요.

 

질문. 직조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베틀은 제 친구 어머님께서 계동에 작업실이 있으셔서 2012년도에 직조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일 때문에 먹고 사느라고 계속하지는 못했고, 꾸준히 하게 된 건 작년부터에요.

 

질문. 은실님이 생각하는 직조만의 매력을 말씀해주세요.

직조는 같은 손으로 하는 것이라도 뜨개질이나 코바늘과는 매력이 조금 달라요. 베틀기 숫자를 어떻게 눌러 짜느냐에

따라 무늬가 바뀌거든요. 그리고 목도리 하나를 짜는데도 보통 3일, 길면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손으로 공들여서 만든다는 게 작업이 더뎌도 계속하고 싶은 직조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질문. 직조 생활의 작업물은 다 은실님께서 직접 만드신 건가요?

아니요. 제가 만든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요. 제가 예전에 공동 무역단체 카페 매니저로 일했었는데,

그곳에서 만든 수공예품들이 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동 무역 단체 ‘Earth Man’ 대표님께 부탁을 드려서

직조에 관련된 것들만 가지고 왔어요. 이것들은 판매도 하고 있는데 개업 초반엔 물건이 많았는데 지금은 판매가

되어 거의 다 빠졌고, 물건을 더 이상 가지고 오지 않아요.

상품이 많이 있다 라기보단 작업하는 공간이고, 그 속에서 상품이 제작되는 공간. 그걸 바라고 있어요.

 

질문. 직조 생활은 작업실의 개념이 더 큰가요, 아니면 수업 공간 쪽이 더 가까운가요?

같아요. 사실 이게 현실적인 문제인데, 제가 하고 싶은 작업만 하면 사실 그게 제일 좋긴 하죠.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고 당장 여기 월세도 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베틀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수업도 계속 하고 있어요.

 

질문. 혼자 운영하는 것인가요?

작업실은 혼자 운영 중이에요. 공간이 이렇게 아담하다 보니 누구랑 함께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혼자 할 생각이에요. 하지만 조금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는 있어요. 지금보다 공간이 넓으면 큰 베틀기도

놓을 수 있겠죠? 워크숍 할 때도 지금처럼 접이식 책상으로 접었다 폈다 하지 않고, 넓은 책상을 놓고 하고 싶어요.

아직 계획은 없고 하고 싶다 생각은 계속하고 있어요. 그래서 괜히 주변을 서성이고 그래요.

이왕이면 이 골목이면 좋겠는데 그런 공간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운명이죠. 이쪽이 워낙 비싸기도 하고요.

 

질문. 안정적으로 회사생활을 하실 때와 지금, 어느 쪽이 더 만족스러우신 가요?

지금이 직장 다닐 때보다는 안 바쁘기는 해요. 직장 다니면서 어떤 직위로 있었을 때 책임감이나 지금처럼 공방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책임감은 사실 똑같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이 더 좋아요. 저도 늦게 시작한

편인데, 처음엔 막연했어요. 그런데 조금씩 하면 되더라고요. 자꾸 하다 보면 더 하고 싶고.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방황을 많이 했어요. 되게 다양한 일을 많이 해봤는데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어쨌든 선택은 각자의 몫인데, ‘이걸 해야겠다’라는 결정을 내렸을 때

사람들은 다 막연해 하지만 스스로 마음속에 확신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아요.

 

 

# 망원동과 직조 생활의 하루

질문. 이곳 망원동에 자리 잡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이 근처에 ‘금붕어 식당’이라고 친한 동생이 하는 식당이 있는데, 마침 금붕어 식당에 손님으로 오신 분이 지나가다

임대를 내놓은 가게를 보았다며 소개해 주었고,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이곳을 만나게 되었어요. 사실 제가

홍대나 연남동, 성산동 일대에 살았었어요. 한강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어서 집을 알아보기도 했었는데, 마침 이곳

망원동이 조금만 나가면 한강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답답할 때 가끔 바람도 쐬고 오는데 그게 정말 좋아요.

그리고 이 골목이 정말 조용해요. 번화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조용한 곳이 좋아졌어요.

 

질문. 직조 생활을 열었을 때 이곳 주민분들은 어떤 반응이었나요?

처음에 문 열기 전부터 동네 주민분들께서 좋아해 주셨어요. 요즘 흔하게 있는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던 것 같아요. 베틀만 몇 십 년 동안 하신 할머님께서 바로 앞 아파트에 사세요. 그 할머님께서 찾아오셔서

젊은 아가씨가 이런 걸 하니까 반가워서 놀러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망원동에게 너무 감사해요.

 

질문. 직조 생활의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은?

집은 이 동네가 아닌데, 아침에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되게 안정이 돼요. 하루의 일정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냥 좋아요.

공간이 아늑하잖아요. 또 낮에 햇빛이 쏟아져 들어올 때 가만히 앉아서 밖을 보고 있으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 가 없어요.

 

질문. 직조 생활의 은실으로써 어떻게 불렸으면 하는지?

호칭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처음 오신 분 들이 저한테 언니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고, 수강생분들은 대부분

쌤이라고 부르시는데, 친해지면 언니가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겠죠. 최근에 수강생분께 편하게 말씀하시라고

그랬더니 오히려 그게 더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대표님이라는 말은 부담스럽고 ‘언니’나 ‘쌤’정도가 좋은 것 같아요.

 

질문. 지금 진행 중인 직조 수업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해주신다면.

일단 베틀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베틀 수업을 몇 가지로 나눴어요. 체험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베틀 하루 수업을 진행해요.

베틀은 실을 거는데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데 제가 실을 걸어놓으면 수강생분들이 그 실을 가지고 직접 직물을 짜서

만들어가시는 방식이 있어요. 단기 수업도 있는데 한 달 동안 계속 나오기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일주일에 4-5일 정도 수업을 해요.

보통 4일이면 직물을 하나 짜니까 그렇게 속성으로 배워가시는 분들이 있고, 그 이상으로 원하시는 몇 달을 꾸준하게 배울 수 있는

과정도 있어요. 또 3시간 정도 하는 태피스트리 수업이 있는데, 보통 ‘월 행잉(wall hanging, 벽에 거는 장식품)’ 이라고 해서

직물 벽걸이를 만들어서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을 만드는 수업을 해요.

 

질문. 새로운 수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수업인지?

제가 얼마전 전주’ 베틀 베틀 워크숍’에 참여 했었어요. 좀더 다양한 직조방법을 배우고 싶어서 갔어요.

거기서 본 것을 토대로 훌라후프 직조나 실로 감아서 만드는 바구니 직조와 같은 쉽고 재미있는 직조를 구상 중이에요.

또 제가 평생학습관이나 소규모 상인, 주부 분들을 대상으로 태피스트리 외부 수업도 하고 있어요.

 

질문. 직조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떤 때 가장 보람이 있으신가요.

저는 늘 멀리서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제 수업을 수강해 주시는 수강생분들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자기 시간을 기꺼이 내어서 그 시간을 채워가는 시간에 또 다른 무언가를 배워가시니까요. 그리고 수강생분들이

저랑 되게 비슷하신 분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귀농을 준비하거나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시는 것과 같은.

저희 수강생들 보면서 배우기도하고 많은 보람을 느껴요.

 

질문. 수강생은 어떤 분들이 주로 많이 오시나요?

직장을 다니시면서 주말에 몰아서 하루 종일 배우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항상 일상이 똑같으니까 다른 분야의 취미생활을

배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것을 이야기하시면서 작업 하세요. 또 직조가 빨리 하고 싶다고 재촉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성격이 급하신 분들도 본인이 알아요. ‘저도 되게 급한데 직조는 급하다고 되는 게 아니군요.’하시면서 오히려

좀 차분해지세요. 자기 템포를 늦출 수 있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또 직장을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도 많이 오세요.

새로 무언가를 시작하시고 싶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이게 조그마한 러그라던지, 머플러를 짜서 겨울에 두르고 다닐 수 있고,

그런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수강하시는 분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거 같아요.

 

질문. 방문해주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떤 경로로 알고 오시나요?

SNS 힘이 큰 것 같아요. 또는 아는 지인들 통해서 오시는 정도? 제가 SNS 활동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아는 동생들이 요즘은 SNS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컴맹이어서 잘 못하는데,

하고 보니까 확실히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찾아와 주시더라고요. 사실 SNS가 좋은 점도 있지만 좀 부담스러운 것도 있잖아요.

공개적으로 홍보를 한다는 게 책임감도 있고, 오시는 분들에게 늘 친절하게 대하지만 뭔가 더 관리를 하게 되는.

그런 것은 좀 부담스럽지만 그만큼 많이 와주시니깐 그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질문. SNS를 보니 주문받으시던데, 주로 어떤 종류의 작업을 주문 받으시는지.

직조에 관련된 것들만 하고 있어요. 지금은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 섣불리 하지 않고

그냥 아는 지인들 위주로만 조금씩 해드렸어요.

 

질문. 직조 생활의 하루 중 가장 시간을 많이 차지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수업이죠. 아니면 보통 패턴 공부를 해요. 자료나 수업 준비는 집에서 편히 쉴 때 하는 편이에요.

수강생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오늘은 이분이 이런 무늬로 짰는데 다음 수업 때는 어떤 걸 짜보면 좋을까 구성도 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요.

 

질문. 수업이 없는 날은 개인작업을 하시나요?

여기 작업 공간에 베틀기가 3대인데, 원래 계획은 제가 1대를 쓰고 수강생들에게 2대를 쓰게 하려고 했는데,

수강 문의가 많이 들어 와서 앞으로 저는 집에 있는 베틀기를 써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수강생들이 작업하다가

베틀기가 한대 남으면 그때 제가 작업을 해야겠죠.

 

질문. 요즘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당연히 베틀이에요. (웃음) 공부하는 게 끝이 없어요. 제가 오히려 섬유를 전공하고 섬유에 대해서 알았다면 공부하기가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이라 패턴을 짜는 것부터 섬유에 관한

공부를 하고 싶어요. 제가 직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섬유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공부 중이에요.

다른 분들한테 도움 요청을 하기도 했는데 저 혼자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책을 보던지 인터넷을 보던지.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앞으로의 직조생활

질문. 앞으로 ‘직조 생활’이 망원동 안에서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시나요.

오랫동안 이곳에서 ‘직조 생활’을 하고 싶어요. 요즘 1,2년 있다가 떠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도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이 공간이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무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곳에 내가 조그맣게 가게를 내더라도

지금 이곳은 그냥 늘 있었던 편안한 곳, 마치 10년 동안 있었던 오래된 카페가 없어지면 아쉬운 것처럼 그곳을

자주 안 가도 늘 있던 자리에 있는 곳이고 싶어요. 그게 제가 원하는 직조 생활이지만, 또 모르죠. 어떻게 될지.

어쨌든 여기에 오랫동안 있는, 그런 공간이고 싶어요.

 

질문. 직조 생활의 은실님으로써 올해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베틀 수업도 하고 있긴 하지만 저는 개인작업을 더 하고 싶어요. 저를 위해서든 아니면 수강생을 위해서든 패턴 북

또는 포트폴리오 북을 만드는 게 올해 목표이자 계획이에요. 태피스트리도 계속하고 싶은데 두 가지를 함께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올해는 미술을 전공한 20년 지기 친구와 함께 협업해서 상품을 만들어 볼까 해요.

저는 직조를 하고, 그 친구가 저한테 태피스트리를 배워서 그 친구는 태피스트리를 하는 거죠.

이 작업들이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아요. 또 저희 공방에 있는 베틀기는 발로 밟아서 하는

옛날식이 아닌 현대식인데, 제가 결혼할 분이 조소를 전공하고 나무를 다루시는 작가님이라, 그분과 베틀기를

직접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에요.

 

질문. 은실님의 개인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제 개인적인 계획 역시 직조 생활에 관련된 거예요. (웃음) 개인작업을 계속하고, 공부하면서 사람들한테 알려주고,

제가 부족한 건 다른 곳에서 배워와서 또 그것들을 다시 나눌 수 있는 그런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더 미래를 본다면아마 그때도 베틀을 만지고 있지 않을까요? 사실 그때도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실을 만지고 있는 삶을 꿈꾼다는 은실.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거나,

그것을 현실로 옮겨 꽤나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해보고 싶다’ 확신을 내리는 것부터가 대단하며, 늦었다고 겁내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던 그녀를 보니, 이곳은 언제와도 변함없이 이 골목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실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복작대는 직조생활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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