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_ ‘더 나은 삶’을 위한 아지트. 언뜻가게 운영자 ‘천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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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수선스러운 이대역을 지나 지도앱에 의지하며 걷다 보면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것이 무색할 만큼 예스럽고

정겨운 골목길을 마주할 수 있다. 진짜 이곳에 있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반가운 동그란 간판이 보였다.

가게에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황급히 인터뷰할 큰 책상을 치워주었다. 그는 조금은 무뚝뚝하게 춥지는 않냐며

따듯한 녹차를 권했고 곧이어 투박한 컵에 녹차를 내왔다.  시리즈 별로 나란히 책장을 채우고 있는 만화책들과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릇들이 ‘언뜻가게’와 천휘재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 언뜻가게와 형제

질문. ‘언뜻가게’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이름도 그렇지만 언뜻가게가 언뜻 보기에는 가게 같지만 또 언뜻 보면 가게 같지 않은 좀 애매모호한 무언가가 있어요.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보통 두 가지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식당이나 주류, 때에 따라 커피도 하고

혹은 대관도 하는 상업공간, 또 하나는 아현동이라는 동네 안에서 꼭 소비를 하지 않아도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면서 마치

마을 공간처럼 활용할 수 있게끔 오픈해 놓고 있는 공간이에요.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보면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언뜻가게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커뮤니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상업적 목적으로 모이든 마을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모이든 주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에요.

 

질문.  아현동이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면요.

일단은 제일 가까워서요. 저희 집이 바로 옆 건물이에요. 처음에 집을 알아볼 때 홍대 쪽을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비싸서

아현동으로 오게 되었어요. 홍대보다는 아현동이 저렴했으니까요. 언뜻가게를 이곳에 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질문. 하나를 전문적으로 하는 상점들과 언뜻가게가 차별 점이 있다면.

글쎄요. 여러 가지를 하는 게 강점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해요.(웃음) 하나만 해서는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하고 있는 거예요. 언뜻가게라는 것 자체가 아직은 미완성인 것 같아요. 우리가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수 있는

실험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지금은 다양한 것들을 해 볼 수 있으니깐요. 그게 언뜻가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저희가 두 번째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실험했던 것 중 하나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질문. 그 두 번째 공간은 계획이 있으신 건가요?

네. 올해 안에요. 아현동 주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희 형제 둘이 운영을 하는데 언뜻가게 하나만으로는

생계 유지가 안돼서.

 

질문. ‘풍년상회’라는 간판이 아현동, 그리고 언뜻가게와 잘 어울려요. 굳이 지우거나 다른 간판을 설치 하지 않고 그대로 둔 이유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었는데, 일단은 별생각이 없었어요. 그때는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사실 때어낸다는 것도 귀찮았고요. 이 동네에

풍년 쌀 상회가 운영을 안 한지 꽤 됬기도 했고, 재개발이 되어 없어질 수도 있는 동네인데, 그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고

해서 세련된 간판으로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어요.

 

질문. 약간은 시골스러운 아현동 안에서 언뜻가게는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언뜻가게가 이 지역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은 아니에요. 우리도 처음에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동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활발한 지역 커뮤니티가 생성이 되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현재는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공간을 활용해주고 있고, 그 친구들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일거예요. 최근에 한 친구가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떠나면서 했던 말이 이 동네에 이사 왔을 때는 단지 거쳐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언뜻가게를 알게 되고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여기가 ‘우리 동네’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밤늦게 일을 마치고 퇴근해 집에 오는 길에 언뜻가게

간판을 보면 ‘집에 왔다’라는 느낌을 받았대요. 그 정도의 의미면 될 거 같아요. 요즘은 ‘자기 집’이라는 인식을 갖고 살기가

힘들잖아요. 서울은 더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언뜻가게의 역할은

충분할 것 같아요.

 

# 언뜻가게와 언뜻학교

질문. 부엌 콘서트를 꽤나 정기적으로 하시더라고요. 부엌과 콘서트 조금은 생소한데 설명을 해주신다면?

대단한 건 아니고 저희가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 제가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기획도 자주 하게 돼요. 마침 제가 가게를 하니까 여기서 하는 거고. 제가 이 공간 전체를 부엌이라고

생각해서 부엌 콘서트에요. 콘서트 말고 전시도 하는데, 전시공간이 필요하신 분들이 있으면 별도의

심사과정도 비용도 없이 누구나 전시를 할 수 있게끔 벽을 내어드려요.

 

질문. 전시하시는 작가 분이나 부엌콘서트의 뮤지션들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소신이 있으신가요?

전시는 SNS로 모집 공지를 하고 그것을 보신 작가님들이 연락을 주시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는 단지 스케줄 조정을

해드리는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공연은 저희가 직접 섭외를 해요. 그 기준은 그냥 아는 사람. 또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정도에요.

저의 음악 취향과도 맞아야 하니 신청보다는 아는 사람을 초대하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질문. 언뜻학교를 개교하신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공간이며, 그 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일단 언뜻학교도 공간 활용을 하기 위해서 한 거예요. (웃음) 작년까지는 실험 삼아 한 거였고요. 언뜻가게도 그렇고 언뜻학교를

시작하면서부터 제가 늘 생각해왔던 건 ‘더 나은 삶’ 이였어요. 그 당시 저와 제 주변 사람들 모두 지금 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사회가 일률적으로 강요하는 듯한 삶의 방식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거나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그게 아니라는 답을 내렸어요. ‘우리에게 맞는 삶의 모습들이 분명 다양하게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저희는 ‘더 나은 삶’이라는 문장으로 정의를 한 거죠. 언뜻학교가 그런 거예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한테 맞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언뜻학교라고 이름을 붙여봤어요. 작년까지는 특강 차원에서

마을 공동체나, 경제, 독서모임 같은 걸 준비했었는데 올해는 정리를 좀 해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질문. 그럼 매번 멤버가 달라지기도 하는 건가요?

독서모임은 정기적인 멤버가 있었고, 특강 같은 경우는 달라지기도 해요.

 

질문. 휘재님에게 언뜻가게, 언뜻학교와 같은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가.

제가 아현동에 온 지도 3년이 지났는데 뒤돌아 보면 많은 것이 달라진 저를 발견해요. 저도 그전까지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왔고, 다들 취업을 하니까 무작정 이력서 넣었어요. 마침 오라고 하는 회사가 있어서 입사했는데,

안 맞았었어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슬럼프도 왔고 모든 게 다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그 즈음에 아현동에 왔는데, 이곳에서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같이 저녁도 해 먹고 음악 활동도 하면서 회복이 되었던 것 같아요. 재충전의 시간. 또는 인생의 전환점.

그 뒤로는 나를 위한 삶의 방식들을 찾아가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 언뜻 가게와 웃음

질문. 최근에 생각만해도 절로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나 그에 얽힌 사연이 있다면?

사실 제가 돌아보면 웃을 일보다는 짜증 나는 일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고. 최근에 가장 많이 웃게

만드는 건 미니카에요. 어릴 때 미니카를 많이 가지고 놀았어요. 트랙에 돌려보기도 하고 길에서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게 정말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미니카를 사서 조립을 해보니까 어릴 적 추억들이 다시금 살아나면서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진지해졌어요. 동참하는 친구들도 생겼고, 저희 집에 있는 트랙에서 친구들하고 경쟁하고 대결하면서

놀아요. (웃음) 오래 잊고 살았던 즐거움을 발견한 느낌? 그래서 친구들끼리 조만간 진짜 미니카 그랑프리를 하기로 했어요.

 

질문. 하루 중 가장 많이 웃을 때는 언제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만큼은 다른 생각하지 않아도 서로 웃게 되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질문. 2015년을 되돌아 보았을 때, 가장 웃음이 많이 났던 일을 꼽자면요?

얼마 전 12월 31일에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했었어요. 동네 사는 친구들도 오고 지인들도 오셨었는데, 똑같이 맛있는 거 해 먹고

하고 싶은 이야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해가 정리되는 느낌이었고, ‘이런 관계성들을 위해서 다양한 일들을 해왔구나’,

‘결국에 남는 것은 사람인 것 같다’는 걸 느꼈어요. 그날이 2015년 중 가장 많이 웃었던 때인 것 같아요.

 

질문. 휘재님이 생각하시는 웃음이란 무엇인가요?

요즘에 들어 많이 웃게 되는 일은 동네 친구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장을 본다거나 같이 미니카를 조립하고 사러 다니면서 느끼는

행복함. 그런 소소한 것들로 많이 웃어요. 대학 졸업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웃을 일이 거의 없었는데 그런 소소한 행복함이

아현동에서는 특히 더 많이 갖게 돼요.

 

#앞으로의 언뜻가게

질문. ‘언뜻가게’에 방문해 주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방문했으면 좋겠는지.

언뜻가게만 놓고 봤을 때, 다양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부엌콘서트를 보러

오셨던 분이 다음 콘서트 때도 오신다거나. 또 오픈 키친이라는 공간을 부담 없이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잠깐 스치고 가는

곳이라기보다는 모두의 아지트였으면 해요.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 아지트의 느낌이 더 커요. 사실은

모두들 그런 아지트 같은 공간을 꿈꾸잖아요. 하지만 서울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 역할을 언뜻가게가 해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만들진 않았지만 내 아지트 같은. 그래서 저희도 끊임없이 문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질문. 2016년에 이루어 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제2의 공간을 새로 오픈하는 것이에요.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지만 언뜻가게와는 다른 공간을 만들 생각이에요.

조금 더 상업적인. 그게 뭐가 될지는 영업 비밀이에요. (웃음)

 

 

‘더 나은 삶’을 찾아가기 위해 이것저것 도전해 본다는 ‘언뜻가게’의 천휘재. 마을공동체라는 공간은 흔하지도 않고 쉽게 마음먹을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도 그 생각에 대해 동의하고 아직은 미완성인 실험적인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나자

반짝이는 눈빛으로 아현동의 이모저모가 담긴 작은 지도를 주며 꼭 다시 와 둘러볼 것을 권하고 묵묵히 미처 다 하지 못한

오픈 준비를 시작하는 그를 보며 그가 늘 바라는 것처럼 ‘문턱이 낮은 아지트’가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했다. 답답한 서울 안에서

그저 누군가와 소담한 대화가 필요할 때 답을 얻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 ‘언뜻가게’는 가깝지 않아도

찾아갈만한 가치가 있다. 올해 안에 오픈하게 될 새로운 두 번째 가게는 어떤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언뜻가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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